연세아란산부인과 유도분만 1박 2일 성공 후기 39주 3일
그 날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쓰는 기록 👶
출산예정일은 3/10(금)이지만
예정일쯤이면 3.5kg이 넘어서
분만이 힘들어진다하여 그 이전에
유도분만하는걸 권유받았다.
하여, 39주 2일차 3/6(월)
유도분만일정을 잡고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입원하였다.
초산 유도분만 후기를 꽤나 많이 읽고 갔지만
사람마다 워낙 달라서
지나고보니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07:30 - 병원도착
출산가방을 들고 병원에 왔다.
같은날 유도분만을 하는 산모들이 꽤 많았다.
어림잡아 5-6명정도 되는 듯 했고,
기분이 묘했다.
07:40 - 수액주사
혈관을 잘 못찾아서 바늘을 두번 찔렀다.
5일이 지난 지금, 잘못 찌른 곳은
파란 멍이 들었다,,
너무 두껍고 긴 바늘인데 너무너무 아팠다.
유도분만하면서 아팠던 순위 3위에 드는 듯
07:45 관장
처음 해보는 관장 긴장 많이 했다.
5분 참고 화장실가라고 했지만
약 투입하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다행히도
걱정할만큼은 아니었다.
참지않고 바로 화장실 가도 문제없는 듯
07:55 - 첫 내진, 질정제(촉진제) 투입
1cm 열림, 아직 자궁경부 단단함(부드럽지 않음)
첫 내진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09:29 - 김진하선생님 내진
담당 선생님을 보니 갑자기 울컥해졌다.
응원해주시고 가셨다.
13:00 - 간호사선생님 내진 1cm
아직도 1cm라서 병실 안에서 링겔봉 끌고
병실안에서 계속 걸으라고 하셨다.
이번 내진은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정말 아팠다.
걸으면서도 너무 아파서 생각날정도,,
서럽고 이 상황이 짜증나서 울었다.
너무너무 아픈 내진이었다. 내진이 결국
순산을 위해 부드럽게 풀어주려는거라
좋은마음 가져야하는데 그냥 서러워서 울었다.
허리통증이 심해졌고 왼쪽으로 누워있었다.
15:20 - 간호사선생님 내진
1cm로 똑같다고 한다.
내진이 아까보단 덜아프지만 그래도 아프다.
병실안에서 계속 걸었다.
나는 이시간쯤이면 진작 낳았을 줄 알았다.
이제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15:45 - 질정제 빼기
자궁수축을 하기위해 넣은 질정제를 뺐다.
16:20 - 산소호흡기+진통
호흡이 안좋아진건가 잘 모르겠는데
산소호흡기를 껴주셨다. 처음 해보는 장치에
당황했다. 프레쉬한 공기를 들이마셔서
상쾌할 줄 알았는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이제 진통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0-100까지 수치의 진통세기 측정장치가
80이 찍히기 시작했다.
17:00 - 진통 100
진통이 점점 심해졌다. 100이 찍히기 시작했다.
17:33 - 양수터짐, 항생제투입
파팍 하고 양수가 터졌다.
후기를 보면 팍 하고 양수가 터진다해서
아프진않을까 양수터지는거에 걱정을 많이했는데
전혀 아프지 않고 갑자기 알수없는 팍 소리에
깜짝 놀라는 정도이다.
양수가 터지면 감염위험이 있어서 항생제를 투입한다고 한다. 항생제 테스트를 위한
주사를 한방 놓는데 항생제 주사는 꽤나 아프다.
잘 참는다고 칭찬받았다.
18:33 - 계속 100 진통이 있다.
진통이 계속 있다. 생리통보다 몇십배는 아프다.
생리통은 약이라도 먹지 이건 약도 못먹고
온몸으로 파도타기처럼 오는 진통을
견뎠다가 10초 정도 쉬고
또 진통이 와서 견뎠다가 쉬고를 반복한다.
19:20 - 피가 섞인 양수가 주르륵 나온다.
화장실에서 우왕좌왕 당황했다.
19:40 - 남편 밥먹으러감
저녁시간이라 간호사가 식사를 신청해놓겠다하여 배정받은 룸에 식사가 도착했는데
진통이 계속 있어서
남편이 저녁먹으러 올라갈 수가 없었다.
진통이 계속 있지만 기약없는 진통이라
빨리 저녁을 먹고오라고 했다.
밥 먹으러간 남편이 룸에 내 저녁도
같이 도착해있다고 한다.
나도 먹을 수 있을까 기대를 내심 하게 된다.
장기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9:45 - 당직의 회진
담당선생님이 아닌 당직의 회진이 있었다.
병원에 있는 선생님 중 워딩이 워낙 세서
피해다녔던(?) 선생님인데
하필 아가낳는날 아가를 받아줄 수도 있는
당직의였다.
배가 너무 고파서 지금 룸에 식사가 와있다는데
먹을 수 있는지를 간호사에게도, 당직의에게도 물어봤는데 진통이 있기 때문에 굶어야한다고한다.
절망적이었다. 밥도 못먹고 힘없는상태에서
진통을 견뎌야하다니,,,
허리가 무거워서 움직일때마다 근육통때문에
잠깐 태동기를 떼고 옆으로 누워있었다.
태동기를 붙히면 옆으로 누울 수가 없기 때문
옆으로 누우면 태동기에서 진통과 아가 심박수가
잘 안잡힌다고 한다.
20:00 - 태동기 부착 대기, 강한 진진통
잠깐의 휴식 후, 다시 태동기를 붙혔다.
똑바로 누워있어야 해서 허리가 점점 아파온다.
이때 진통이 계속 99를 찍고있어서
너무 아팠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아서
서럽게 울기도 하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밤부베베 손수건으로 닦았는데
아가보다 내가 먼저 사용해버렸다 ㅎㅎ
너무 아파서 손가락으로
침대 손잡이를 톡톡 치면서
진통을 참아보기도 하고
가져온 수건을 꼭 쥐거나 입으로 물기도 하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진통을 참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끝이 안보이는 고통이 너무 괴로웠다.
진통이 오는 내내 울었다.
21:10 - 내진 2cm
절망적이다. 낮에 1cm였는데 아직도 2cm라니
이 고통은 언제끝나는거고,,
1박 2일로 넘어가다니 너무 실망했다.
인터넷으로 본 많은 유도분만 후기들은 대체
어떻게 입원하자마자 순풍 낳고 하는거지?
나는 왜 고통받으면서 아직 21시인데
내일 아침까지 어떻게 견뎌야하지?
서러워서 눈물이 터지고 멘탈이 약해지고 있었다.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2cm가 열리면 무통 맞아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 순간을 기다린 것 같다.
무통 맞을 수 있고 조금 대기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대기하고 대기해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결국 남편에게 화를 내고만다.
대체 언제 맞는거냐고,
왜 여긴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고
다음 상황에대해서 설명을 안해주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봐줘!!! 하니
30분 후에 무통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고통을 30분이나 더 기다려야한다니
유도분만을 후회하고 이 산부인과에서 낳는걸 후회하고 나의 모든 선택을 부정하고 화가났다.
무통주사 맞기 전까지 30분동안
오징어처럼 꿈틀꿈틀 고통받으면서
화가 나있었다.
21:55 무통주사
처음 보는 선생님이 오셨다. 나중에 진료내역서를 보니 초빙 마약의라고 되어있었다.
밤중에 마취를 위해 오신 듯 했고,
인터넷에서 본 후기처럼
등을 새우처럼 굽힌 후 척추를 따라
한땀 한땀 3방정도 주사를 놓았는데
진통이 훨씬 아파서 주사가 아프진 않았다.
이 선생님이 집에 가면 나는 무통을 못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생님이 집에 안갔으면 했다.
무통 효과 떨어져서 아프면 어떻게해요? 하니까
쿨하게 또 맞으면 돼요 라고 하셨다.
이제 안아프죠? 괜찮아질거에요 하고 다정하게 말씀해주셔서 마음에 안정이 되었다.
왼쪽 어깨에 주사를 놓는 관을 클립으로 옷에 부착한 듯 했다. 주사가 들어가면서 시원한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발이 저릿하면서 쥐가 난듯 한 느낌이 들었다. 발을 주물러도 느낌은 계속되었다. 1-2분후에 무통약발이 잘 들면서 진통이 놀랍게 사라졌다.
살 것 같았다. 그러고 말이 많아졌다.
배고파서 이제 배에서 소리가 난다. 꾹꾹이가 너무 시끄럽지않을까 괜히 걱정도 된다. 그러다가 졸고있다. 양수는 계속 흐르는 느낌이 든다.
23:05 - 내진 3cm
1cm가 늘어서 3cm다. 내일 오전이면
아가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내일 오전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이걸 아침까지 하라고?
몇시간이나 더 지나야한다고?
내일 오전이요? 하고 계속 되물었다.
그럼 내일 오전 몇시쯤이요? 모르겠다고 한다.
다음날
00:00 - 파팍 소리가 난다.
양수가 터지는 소리인가? 양수는 흐르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무통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또 진통이 올 것 같은 느낌에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진통이 오기 전에 무통 한번 더 놔달라고 부탁한다.
00:20 - 무통 2차
갑자기 추워서 덜덜 떨게된다. 오한이 온 듯 하다.
이가 떨리고 너무 추워서 발이 시려워서
남편에게 입고온 옷을 덮어달라고 한다.
01:24 - 내진
장기전으로 확정이 된 듯 하다. 내진 후에 별 말 없는걸 보니 아까랑 똑같은 것 같다.
태동검사기를 떼주셨다. 옆으로 돌려서 편하게 5시 반까지 자라고 하셨다.
01:39 - 뽀각 소리가 났다.
03:25 무통 3차
태동검사기를 떼고 편하게 잘 수 있는게 좋은게 아니었다. 무통효과는 점점 떨어져서 또 진통이 왔기 때문이다. 나의 무통효과는 두시간정도 인 것 같아서 00시 20분에 무통을 맞았으니 2시 30분쯤 무통을 다시 맞으려 하였으나,
괜히 계속 간호사를 부르는 것도 민망하고,
참고 참다가 3시반쯤 무통 추가를 요청하게 된다.
보통 입원하면 바로 자궁수축제 옥시토신을 주입한다고 하는데 나는 질정제만 넣고 옥시토신 투입을 안해줘서 화가났다. 이쯤되니 일부러 1박 2일 하려고 분만을 늦추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의 담당의가 09시 출근이라 시간맞춰서 분만하게 하려고 분만을 늦추는건가 싶었다. 왜 옥시토신을 안놔주는거지? 물어보니 나는 질정제만으로도 충분하기때문에 아가한테 힘든 옥시토신을 이부러 투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다 모르겠고 화가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왔다. 언제까지 이 진통을 견뎌야하는거고 언제 끝날 수 있는건가 고통이 끝나는 생각만 계속 했다.
화가 나서인지 진통이 힘들어서인지 분만 과정 중 하나인지 또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 추워졌다.
그러자 간호사가 지금 열이 높아서 이불을 덮으면 안된다고 한다. 오히려 열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얼음팩을 가져오시고는 내 양 옆구리에 얼음팩을 껴주시고 가신다. 그냥 화가 난다 이제는,,
너무너무 추워서 이가 떨리는데 아이스팩이라니
04:20 - 산소 호흡기연결, 힘주기 연습
자궁경부는 다 열렸다고 한다.
그럼 10cm가 열렸다는건가?
또다시 산소호흡기 연결을 했다.
이제부터 힘주기 연습을 해보자고 한다.
희망이 생겼다. 이제 곧 낳는건가?
아니었다. 힘주기 연습을 해보자고 한 4시간 30분 후에 아가를 낳았다. 결말도 모르고
곧 낳을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열심히 힘주기 연습을 한다.
이후로 기억이 많이 없는데
진통으로 너무 아파하고 서럽게 또 눈물이 나고 아파서인지 무서워서인지 온몸이 떨렸다.
06:05 - 무통 주사
무통주사를 놔줄수있냐고 물어보고
처음에는 진통해야해서 안된다고 했는데
왜인지 조금 후에 무통주사를 놔주셨다.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엉엉 울고있어서
놔주신 듯 했다. 무통이 끝나기전에 낳았으면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머리속으로 계산한다.
지금 무통을 맞으면 최대한 08시 30분까지는 낳아야 안아플텐데 그 이후에 낳게되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 무통이 끝나기 전에 아가를 낳는걸 바라고 있었다.
08:25 - 간호사 배 누름
무통은 끝난 듯 했다.
진통은 계속 99를 찍고있고
너무 아파서 계속 울고있고
힘주기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아서
간호사가 이제는 배를 눌러서 힘을 주자고 한다.
후기에서만 보던 배누르기를 당하게 되었다.
살면서 누가 배를 눌러본 적도 없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깔려죽는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가가 마치 배에 없는것처럼
무자비하게 힘을 실어서 배를 눌렀다.
게다가 소리를 냈더니 혼났다. 소리를 내면
힘이 새기때문에 소리도 내지 말라고 한다.
이때 제왕할게요 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른 것 같다. 살면서 가장 생각하기도 싫고 이대로 죽는건가 싶을 정도로 아프고 굴욕적이었던 순간이었다. 나한테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배누르는 복압에 맞춰서 서러운 울음소리와 동물소리가 섞여서 나왔다. 간호사가 5명쯤 되는 듯 했는데 여기서 제왕한다고 하면 욕먹는건가 싶었다. 버텼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끝나긴 하는건가 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마지막이기를 이거만 견디면 끝이다! 했지만 배누르기는 5번정도 진행한 것 같다.
배를 누르면서 큰 수박이 걸린 듯 한 느낌을
밀어내라고 한다. 밀어내는 힘주기는 생각보다 어렵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무통이 부분으로 남아있어서 힘주기가 어렵지 않았던걸까? 진통만 아팠다. 배누르는 고통이 끝났으면만 생각했다.
08:46 - 꾹꾹이 탄생
힘주기는 크게 3번정도 한 후 드디어 아가가 나왔다. 나중에 남편 말을 들어보니
당직의 선생님이 아가머리를 손으로 잡고 돌려서
꺼낸 것 같다고 하였다.
아가가 나오는 느낌이 든 후,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드디어 끝났구나.. 그러고 약간의 정적이 있었는데 아가가 왜 안우나 생각했다.
그러다 금방 응애 소리가 들렸다.
분주해지면서 남편이 탯줄을 자르는 것 같았다.
끝난줄알았는데 태반을 꺼내기위해 또다시 배를 누른다. 정말 화가나고 짜증이,,,
도대체 언제끝나는거야!!!
태반을 꺼내는 것도 나는 너무 아팠다,,,
그러고 회음부 봉합을 하는 듯 했고
마무리가 되었다. 회음부열상주사도 이때 맞았다고 하는데 느낌도 기억도 없다. 봉합도 아프지않았다. 무통이 남아있어서 아프지않은건가?
잠시 후에 아가를 내 가슴위에 올려주는데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아가를 만나기 위한거였지! 고통이 끝난게 다가 아니라! 정신차려보니
너무 예쁜 아가가 내 고개 밑에 있었다.
너였구나,,, 너무너무 예쁜 우리아가!
이날을 기다렸는데 바로 이 순간이구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아가는 울지도 않고 눈을 깜빡거려서 당황했다. 벌써 눈을 뜬다고?
생각보다 아가가 커서 놀랬다. 이렇게 큰 아가가 배안에 어떻게 있었지?
3.28kg에 너무 예쁜 아가가
우리 부부에게 왔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잠깐 데려가서 옷을 입히고 처치를 해준 후 다시 와서 손가락과 발가락 숫자를 세어줬다. 다행이었다.
그러고 부부와 아가의 첫 가족사진을 찍어주셨다.
이제는 서러운 눈물이 아닌 감격의 눈물이 났다,,
뭉클한 순간이다.
쓰다보니 엄청 길어진 후기!!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아가를 만나기까지의 과정,
소중한 기억으로 나중에도 꼭 기억하고싶다.
출산은 끝이 났지만
아가와는 이제 시작이다.
나와 남편 두 식구에서
이제 세 식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