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출산의 과정과 감정을 남겨본다
가. 산부인과 선생님의 결정
1.
우리 부부는 담당 의사 선생님은 3.5kg 넘으면
출산이 힘들다는 생각이 있으신 여자의사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막지막주에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셔서 월요일에 입원을 결정.
2.
생각보다 입원일이 빠르게 찾아왔고
의사 선생님이 신신당부한 운동 또 운동을 했다.
제일 좋은 것은 걷는 것과 계단 오르기
거의 입원 전주에는 같이 있을 때는 같이 약 1만보를 빠르게 걸었고
와이프 혼자서 시간이 있을 때는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했다.
3.
특히 입원 전주에는 챙겨가야 될게 무엇인지
남편으로서 어떤 준비와 과정을 함께해야 되는지
유튜브와 검색을 통해 공부했고 와이프와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보냈던 나날들이었다.
나. 입원당일 병원 가는 시간
4.
병원 아침 7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잠이 생각보다 오지 않아서
둘 다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차에 탑승
뒤숭숭한 마음과 떨리는 마음으로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얘기들로 병원으로 향했다.
5.
병원에 도착하면 와이프는 관장과 기타 검사를 하러 먼저
들어가고 나는 입원실 밖에서 잠시 20~30분 대기했던 거 같다.
아직까지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쉬고 있었다.
6.
- 간호사 : 남편분 들어오세요.
가족분만실에 들어가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액을 맞고 누워있는 와이프를 봤을 때
음... 이제 시작인가 라는 마음과
주삿바늘을 싫어하는데 아팠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입원실에는 화장실과 티브이, 침대겸용 의자가 하나 있었고
여기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7.
처음에는 어색한 환경이라 적응을 하려고 했고
조금 지나자 여타 그랬던 거처럼 서로 이야기와
각자의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이따금씩 티브이를 보며 애써 다가오는
고통의 시간을 말 못 하며 기다렸다.
다. 입원의 시간
8.
입원한 후에 우리가 믿을 것은 서로와 의사 선생님
그리고 간호사들이지만
하필 월요일 길일이라고 애들이 많이 태어났다
그래서 간호사분들도 우리를 많이 챙겨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약간은 병원에 투덜투덜하며 초조했었다.
9.
와이프는 다행이랄까? 물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입원부터 분만이 끝났을 때까지 물을 거의 먹지 않았다.
내가 먹으라고 권해도 화장실과 금식이라는 부분 때문에
참았던 거 같긴 한데 그것도 안타까웠다.
남편은 그래도 꼬박꼬박 시간에 밥을 먹으니
또 미안함 한 스푼
10.
내진이라는 것을 몇 번 했는데
그걸 할 때마다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픈 과정이고
결과가 아직 많이 안 열렸다고 하는 간호사들이
참 미웠었다.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할까..
빨리 자궁문이 열려서 출산을 했으면 했는데 말이다
라. 수축의 시간
11.
자궁이 수축을 하는 과정이
애가 나오려고 발버둥 친다는 것인데
수축할 때마다 아이와 산모 모두 고통이란 공통점.
태동검사 장비를 해놓고
아이의 심장박동, 수축 그래프를 끊임없이
보고 있나니 언제까지 될까? 수축이 올 때마다
찡그리는 와이프의 모습이 정말 안타깝고
대신 내가 낳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수십 번도 넘었던 거 같다.
12.
입원하고 병원 직원들이 퇴근으로
교대시간이 되는 시점에
촉진제를 빼고 내일 아침에 보자는 말을 하시던
의사 선생님이 좀 얄미웠지만
퇴근하시고 아침에 출근해야 되니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차라리 그럼
진통이 있을 때 오라고 하지라는 원망도 해봤다.
13.
새벽에 진통이 점점 거세지고
와이프의 식은땀과 눈물이 많아지면서
진심으로 평생 감사하고 살아가야지라고
다짐하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야간 마취과 선생님을 호출하고(출장으로 오셨다)
총 분만 끝까지 4번을 맞았는데
무통주사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출산했는지 싶다.
14.
무통주사의 효과시간이 다 지나가고
진통을 느낄 때 눈물을 쏟는 와이프의 모습은
모든 어머니가 그랬구나라는 어머니들의 위대함과
지금 그걸 해내고 있는 와이프는 위대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되뇌면서
옆에서 남편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시간이었다.
아픈 와이프의 옆에서는 조심스럽고 짜증 나지 않도록
호흡에 도움 되도록 조언하는 것뿐.
마. 출산 그리고 환희의 시간
15.
새벽에 출산이 가능할 상황에서
힘주는 연습, 진통의 반복 무통주사의 끝.
이 모든 3가지 상황은 산모들에게
크나큰 억겁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16.
진통(수축)이 최대치에 왔을 때
얼굴 핏줄이 비출 때까지 힘을 주고
통증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
옆에서 보는 내내 너무 힘들고
힘주는 시간을 세어주고 힘이 잘 들어가도록
목과 다리를 바쳐주는 일 정도로
남편으로서 무력감이 있었던 거 같다.
차라리 이럴 거면 제왕절개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계속 들었다.
17.
와이프가 힘을 주지만 아이가 잘 나오지 못해서
간호사들이 배를 누르면서 와이프가 힘을 줘야 되는 상황
와이프의 고통 섞인 신음은 정말로 신을 찾을 수밖에 없더라
신음소리 하나하나가 가슴에 절절하게 두드리고
그걸 커튼하나 옆에서 듣고 있는 게
정말 아픈 사람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18.
긴긴 인고의 시간을 지나서 결국은 와이프는 해냈고
나는 덕분에 꾹꾹이를 안을 수 있었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 그리고 손과 발가락을 세어주는 순간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고 꿈같은 시간이 정말로 나에게 왔다.
19.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숭고한 순간 이겨내 줘서 고맙고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10개월 동안 건강하게 아이를 품어줘서 고맙고
모든 게 고맙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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